시스템안전연구팀 오성혁 연구원
들어가며
IMO는 2023년 ‘Revised GHG Strategy’에서 2050년경 Net-Zero를 명시했으며, 이를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
규제 패키지가 바로 IMO Net-Zero Framework(NZF)입니다.
NZF는 2025년 4월 개최된 MEPC 83에서 승인됐지만, 같은 해 10월 열린 MEPC ES.2에서 채택 직전 1년간의
휴회가 결정됐습니다. 이후 올해 개최된 MEPC 84에서도 대안 검토와 협상이 이어졌으나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습니다.
본 기고에서는 KR이 분석해 온 협상 흐름을 바탕으로 NZF 협상이 난항을 겪는 배경과 현재 논의되고 있는 대안을
살펴보고, 산업계가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정리합니다.
합의를 가로막는 주요 쟁점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됩니다.
① 청정연료가 충분한가 (가용성·현실성)
NZF 유지를 지지하는 측은 강한 규제 신호가 있어야 청정연료 투자와 인프라 구축이 따라온다는 ‘수요 견인’ 논리를
폅니다.
반면 수정을 요구하는 측은 공급 현실을 지적합니다. 저·무탄소(ZNZ) 연료의 생산설비가 아직 초기 단계라 2030
GFI 목표를 채울 절대량 자체가 부족하고, LNG·바이오 같은 전환연료가 GFI 기준에서 빠르게 미달 판정을 받게
되면서 현실적 감축 수단이 위축된다는 우려입니다.
② RU 비용과 펀드 구조가 공평한가 (경제적 부담)
NZF 측은 RU 수입을 청정연료 R&D와 정의로운 전환을 뒷받침할 안정적 재원으로 봅니다. 특히 군소도서개발국
(SIDS)에게 펀드는 협상의 전제조건입니다. 반대 측의 우려는 네 갈래로 모입니다.
우선 권한 측면에서는 Tier 1 미달분의 의무 RU(Remedial Unit) 구매가 사실상 ‘글로벌 탄소세’에 해당하며
IMO의 기술적 권한을 넘어선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형평성 측면에서는 SIDS의 펀드 접근이 보장되지 않은 채
식료품·운송 가격 인상 부담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큽니다.
부담의 비대칭 문제도 제기됩니다. ZNZ 연료의 공급·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GFI 임계값이 지나치게 엄격해,
2035년까지 약 3,000억 달러에 이를 수 있는 과징금이 중소 선사와 부정기선 사업자에게 불균형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마지막으로 제도 설계 자체가 아직 미완성이라는 점도 함께 거론됩니다.
시스템이 혁신 유인보다 처벌 규제로 작동할 위험과 더불어, SU(Surplus Unit) 만료에 따른 유연성 감소, LCA
기본값, 펀드 거버넌스 등 미확정 요소가 이행상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글로벌 규제와 지역 규제의 정합성 문제도 있습니다. NZF가 발효돼도 EU ETS나 FuelEU
Maritime이 자동으로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채택과 동시에 지역 규제와의 정합성·흡수 조항을 함께 강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이러한 쟁점들로 인해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사이, 회원국들은 서로 다른 방향의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두 갈래의 대안
대안 1. 일본 제안: 기존 구조를 일부 조정하는 방식
일본 제안은 MEPC ES.2에서 제기된 두 가지 우려를 푸는 데 초점을 둔 수정안입니다.
① 재정 부담 완화: SU 사용을 Tier 2뿐 아니라 Tier 1까지 확대하고, SU가 부족할 경우 의무 RU 구매 대신
“해운 산업 지원 프로젝트에 대한 자발적 기부”로 대체할 수 있게 합니다.
② 목표 수준 조정: NZF는 두 가지 GFI 감축 목표(Base Target과 Direct Compliance Target)를 함께 두는
구조이며, 일본 제안은 이 두 목표 수준 자체를 완화하되 두 가지 변형을 함께 제시합니다.
1) 감축경로 완화 안: 2024년 운송 수요와 2031년 이후 에너지효율 +15% 개선 전망을 반영해 두 목표
(Base Target·Direct Compliance Target)를 모두 점진적으로 완만하게 재산정하는 방식입니다.

[Source: MEPC 84-7-49]
2) 초기 인센티브 강화 안: 2028년부터 2035년까지 Direct Compliance Target을 72.9 gCO₂eq/MJ로
고정하는 방식입니다. 초기 구간(2028~2029년)에서는 상대적으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전환연료의
조기 도입을 유인하고, 이후 구간에서는 부담을 완화하는 구조입니다.

[Source: MEPC 84-7-49]
일본 제안의 의의는 기존 NZF 구조를 살리므로 재협상 부담 없이 합의 가능성이 높고, 의무 펀드 기여를 없애
반대 측 우려를 덜며, 전환연료 활용 공간을 넓힌다는 점입니다.
다만 재정 메커니즘이 약화될 경우 유지 측과 충돌할 수 있고, GFI 완화는 곧 규제 신호의 약화로 이어져 청정
연료 투자와 인프라 확장이 더디게 진행될 우려가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파리협정의 1.5℃ 억제 경로에서 멀어
진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대안 2. 라이베리아 등 ‘Pragmatic Proposal’: 구조를 재설계하는 방식
일본 제안이 NZF 구조를 일부 조정하는 방식이라면, 라이베리아 등이 제안한 ‘Pragmatic Proposal’은 규제
구조 자체를 재설계하는 접근입니다. 해당 제안은 크게 세 단계로 구성됩니다.
1. CVF – Candidate Viable Fuels (규제 대상 연료군) 선정
다음 세 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연료만 CVF에 포함하는 방식입니다.
- 경제성(Affordability): 표준연료 가격 대비 +15% 이내
- 가용성(Availability): 시장점유율 5% 이상이며, 주요 7개 해운 지역 중 5개 이상에서 2,500해리 이내 급유 가능
- 확장가능성(Scalability): 점유율 5% 이상 성숙연료 또는 CAGR +5% 이상 신흥 연료
2. GFI 기준 설정
출발점은 현재 사용 중인 연료들의 시장 점유율 가중평균 GFI 값(GFI Max), 도달점은 시장에 보급된 가장 청정한
상용연료의 GFI 값(GFI Min)입니다. 이후 두 값 사이를 30년에 걸쳐 선형으로 감축하며, 5년마다 재평가해
신규 연료와 시장 변화를 반영합니다.
3. Compliance 체계
미달 시 SU 적립·거래·차입으로 처리할 수 있지만, 미해소 시 적합확인서(SoC) 발급이 제한됩니다.
유효한 SoC가 없는 선박은 PSC(항만국통제)에 의해 억류·입항 거부 대상이 됩니다. 돈이 아니라 선박의 운항
가능 여부 자체로 강제력을 확보하는 구조가 핵심입니다.
의의는 감축 경로를 시장 보급에 연동해 공급 부족기의 충격을 줄이고, RU·펀드 제거로 정치적 진입장벽을 낮추
며, 특정 기술에 편향되지 않고 전과정 배출량 기준으로 탄소포집·풍력추진 등 다양한 기술을 유인한다는 점입니
다. 반면 시장 성장이 느리면 감축 경로도 함께 완만해지고, 임계값(15%·5%·5%) 설정이 새로운 협상 쟁점이
되며, 펀드 제거로 정의로운 전환 재원이 사라진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회원국은 세 그룹으로 구분
MEPC 84에서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는 못했지만, 회원국들의 입장은 크게 세 그룹으로 구분되고 있습니다.
구분 | Group A | Group B | Group C |
입장 | 기존 NZF 유지 | 부분 조정 | 근본적 수정·대안 |
대표국 | EU 및 군소도서개발국(SIDS) 등 | 일본, 싱가포르, 중국 등 | 미국, 사우디, 러시아, |
핵심 논리 | 정책 일관성·규제 신뢰성 중시. 전환 비용·공급 불확실성이 클수록 재정 메커니즘이 필수 | 구조는 살리되 합의 | 기술중립성·실행가능성 중심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 |
연계 제안 | - | 일본 제안 | 라이베리아 제안 |
앞으로의 일정과 시나리오

위임사항(ToR)이 논의 범위를 특정 제안으로 한정하지 않고 대안·신규 제안의 자유 제출을 보장하고 있어,
일본·라이베리아 외에 제3, 제4의 안이 등장할 여지도 열려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합의가 지연되더라도 규제 공백은 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EU ETS는 올해부터 배출권 100%
제출 의무가 시작됐고, FuelEU Maritime은 매년 강화되며, 영국도 올해 ETS에 해운을 편입했습니다.
IMO 합의가 늦어질수록 항만마다 다른 기준·보고체계·비용 구조가 적용되는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동시에 녹색해운항로, 청정연료 공급 파트너십, 암모니아·메탄올 실증사업 같은 시장 주도 이니셔티브와
화주·금융기관의 ESG 요구가 청정연료 시장을 별도로 형성하고 있습니다.
맺으며
어느 시나리오에서도 도착 지점은 2050 Net-Zero입니다. 단기의 완만한 감축은 결국 훗날 더 강한 압력으로
돌아옵니다. 따라서 지금의 과도기는 불확실성이 아니라 “장기 감축 체계로의 준비 단계”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산업계 관점에서 이는 두 가지 과제를 던집니다.
선사는 한편으로 파편화된 지역 규제에, 다른 한편으로 시장이 만들어내는 청정연료 요구에 동시에 대응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유연한 연료 포트폴리오 전략이 필요합니다. 어떤 안이 채택되는지에 따라 유리한 연료군과
전환 시점이 달라지는 만큼, LNG·바이오·메탄올·암모니아 도입 옵션을 미리 열어두고 어떤 결과에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준비가 핵심입니다.
KR은 이러한 변화의 분기점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습니다. 남은 ISWG-GHG와 MEPC 회기는 단순한 회의 일정이
아니라 NZF의 최종 형태를 결정하는 갈림길입니다. KR은 각 회기의 제안서와 ToR 변동, 회원국 그룹별 입장
변화를 사전에 분석하고, 시나리오별로 어떤 연료를 선택하고 어떻게 운항할 것인지, 그리고 인증·보고 체계는
어떻게 갖춰야 하는지를 선사와 산업계가 미리 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갈 계획입니다.
제도 확정을 기다리기보다 변화의 방향을 먼저 읽어내는 선제적 준비가 곧 경쟁력이며, KR은 그 준비의 동반자가
되고자 합니다.